철학의 존재론 시리즈 18편 : 들뢰즈 존재론과 차이의 철학

오늘은 철학의 존재론 시리즈 18번째 시간입니다. 들뢰즈의 존재론은 동일성과 본질을 해체하고, ‘차이’와 ‘생성’을 중심으로 세계를 새롭게 해석합니다.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흐름이며, 차이 그 자체로 드러나는 생성의 운동이라고 합니다. 다시말해서 존재를 정적인 Being이 아니라 역동적인 Becoming으로 보고 있습니다. 차이와 반복, 다중성과 내재성의 개념을 통해 들뢰즈가 제시한 현대 존재론의 전화점을 탐구합니다.

들어가며: 왜 들뢰즈의 존재론이 중요한가

20세기 철학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는 전통 형이상학을 근본부터 새롭게 뒤흔든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 질문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답했다.
들뢰즈에게 존재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하고 변하는 흐름 그 자체였다.

오늘날 들뢰즈의 사상은 예술, 과학, 정치, 심리학, 미디어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 사유의 철학’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들뢰즈 존재론과 차이의 철학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전통적 존재론과 어떻게 다른지를 단계별로 살펴보자.

1. 전통적 존재론과의 단절 — ‘존재는 동일하다’의 해체

플라톤에서 하이데거에 이르기까지, 철학은 대체로 존재를 동일성(identity)의 관점에서 이해해왔다.
즉,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있다는 뜻이었다.

  • 플라톤에게 존재는 ‘이데아’라는 초월적 실체였다.
  •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존재는 형상(form)과 질료(matter)의 결합이었다.
  • 하이데거는 존재를 **‘현존재(Dasein)의 이해’로 새롭게 정의했지만, 여전히 존재의 구조를 탐구했다.

이에 비해 들뢰즈는 이러한 동일성 중심 존재론을 전면적으로 해체했다.
그에게 존재는 “차이로서만 존재한다”, 즉 존재는 동일한 것이 아니라 ‘차이 자체’이다.

“존재는 오직 차이로서만 스스로를 드러낸다.” — 『차이와 반복』

2. 들뢰즈 존재론의 핵심: 차이(Difference)의 철학

들뢰즈의 대표 저서 차이와 반복(Différence et Répétition)』은 바로
그의 차이의 존재론(Ontology of Difference)을 체계적으로 전개한 작품이다.

차이는 단순한 ‘다름’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차이”는 보통 “A와 B가 다르다”는 비교의 의미다.
그러나 들뢰즈가 말하는 차이는 비교 이전의 근원적 힘이다.

즉, 차이는 단지 사물들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존재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방식,
즉 “존재 그 자체의 운동”이다.

차이와 반복의 관계

‘반복(repetition)’은 단순한 복제(copy)가 아니다.
들뢰즈에게 반복은 매번 새로운 차이를 생산하는 창조적 과정이다.
같은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그 반복 속에는 항상 새로운 생성과 변형이 숨어 있다.

예를 들어,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조차 들뢰즈에게는
새로운 차이를 만들어내는 생성의 장이다.

3. 생성(Becoming)과 다중성(Multiplicity)의 존재론

들뢰즈의 존재론은 **정적인 Being이 아니라 동적인 Becoming(되어감)**의 철학이다.

“존재는 생성이다. 존재는 언제나 되어가는 중이다.”

생성의 존재론

모든 존재는 완성된 실체가 아니라, 항상 변화하고, 이동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이것이 들뢰즈가 말하는 ‘생성의 존재론(ontology of becoming)’이다.

이 존재는 결코 고정된 주체나 본질이 아니다.
그는 “존재는 유기체가 아니라 흐름(flow)”이라고 말한다.
존재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적 흐름이며, 개체들은 그 안에서 잠시 형성된 임시적 형태일 뿐이다.

다중성(Multiplicity)

들뢰즈는 또한 존재를 ‘다중성(multiplicité)’의 개념으로 설명한다.존재는 하나의 중심이나 근원에서 흘러나오지 않는다.대신, 서로 다른 흐름들이 동시에 얽혀 있는 복합적 구조로 존재한다.

그래서 들뢰즈 철학에서 “하나의 존재”는 무수한 가능성과 관계들의 네트워크로 이해된다.
이것은 하이데거의 존재 개념과 달리 탈중심적이고 비위계적인 존재론이다.

4. 들뢰즈와 하이데거: 존재의 다른 두 길

하이데거 역시 존재론을 새롭게 전개한 철학자였지만,그의 존재론은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는 현상학적 탐구였다.반면 들뢰즈는 존재의 ‘생산’을 탐구한 생성론적 사유자였다.

구분하이데거들뢰즈
존재의 성격드러남(현존재의 이해)생성과 차이의 흐름
접근 방식현상학적·해석학적생성론적·생산적
중심 개념현존재(Dasein), 시간성차이, 반복, 생성, 다중성
철학의 목표존재 망각의 극복존재의 생산과 창조 이해

들뢰즈는 존재를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하이데거 이후 가장 급진적인 존재론의 전환을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5. 차이의 존재론이 주는 철학적 의미

들뢰즈의 존재론은 단순한 형이상학 이론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사회, 예술, 과학, 인간 이해 전반에 새로운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

  1. 정체성과 고정된 본질의 해체
    → 인간, 사회, 예술을 더 이상 하나의 본질로 설명할 수 없다.
  2. 창조와 변화의 긍정
    → 차이와 생성은 부정이 아니라 긍정의 힘이다.
  3. 내재성의 철학
    → 존재는 초월적 근거 없이, 스스로 안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사유는 포스트모던 철학, 미학, 문화이론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령 질 들뢰즈의 철학은 ‘창조적 사유의 철학’, ‘흐름과 변화의 존재론’으로 불리며,
들뢰즈 이후 철학자들(가타리, 바디우, 네그리 등)에게 결정적인 영감을 주었다.

6. 결론: 차이의 존재론, 새로운 사유의 출발점

들뢰즈는 존재를 더 이상 “무엇이 있는가”의 문제로 보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 되어가는가”,
존재가 어떻게 차이와 함께 스스로를 만들어가는가였다.

“존재는 동일성이 아니라 차이이며, 생성의 힘이다.”

‘들뢰즈 존재론과 차이의 철학’은
모든 고정된 개념을 넘어서는 생성, 흐름, 창조의 철학이다.
그의 존재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존재는 살아 있는 차이의 운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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