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철학의 존재론 시리즈 13번째 시간입니다. 스콜라 철학은 중세의 신학과 철학이 융합된 사유체계로, 존재론적 질문인 “존재란 무엇인가”를 중심적으로 탐구하였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안셀무스,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유 속에서 존재와 본질의 관계를 밝히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철학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1. 서론: 존재론과 스콜라 철학의 만남
“스콜라 철학(Scholasticism)”은 중세 유럽 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한 철학적·신학적 체계로, 신앙과 이성을 조화시키려는 시도를 핵심으로 한다. 반면 “존재론(Ontology)”은 철학의 가장 근본적인 영역으로,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두 영역은 겉보기에는 신학과 철학이라는 서로 다른 길을 걷는 듯하지만, 실제로 중세의 스콜라 철학은 존재론적 사유 위에서 전개되었다. 신의 존재, 피조물의 본질, 그리고 존재의 계열(hierarchy of being)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스콜라 철학의 핵심이었다.
2. 스콜라 철학의 배경과 기본 성격
2.1 고대 철학의 유산과 기독교의 융합
스콜라 철학은 고대 그리스 철학, 특히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유산을 기독교 신학과 결합시킨 사유체계이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하늘의 형상계’라는 개념을 통해 신적 실재를 이해하는 도구로 사용되었고,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과 질료(hylomorphism) 개념은 인간과 세계의 존재 구조를 설명하는 근거가 되었다.
2.2 이성과 신앙의 조화
스콜라 철학의 대표적 목표는 신앙(fides)과 이성(ratio)의 조화였다. 단순한 신앙적 직관이 아니라, 논리와 변증법을 통해 신학적 진리를 철저히 논증하려는 태도였다.
이러한 방법론적 태도는 ‘이성에 의한 신의 이해’(intellectus fidei) 라는 개념으로 요약된다.
3. 존재론의 핵심 개념
3.1 존재의 문제란 무엇인가?
존재론은 철학의 근본 문제, 즉 “무엇이 존재하는가?” “존재는 어떻게 가능한가?”를 탐구한다.
고대 철학에서는 파르메니데스가 “존재는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통해 존재의 절대성과 불변성을 강조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를 ‘실체(substantia)’와 ‘형상(form)’으로 구분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3.2 존재와 본질의 구별
존재론의 발전에서 중요한 전환점은 ‘존재(esse)’와 ‘본질(essentia)’의 구별이다.
이 개념은 스콜라 철학자들, 특히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해 체계화되었으며, 모든 피조물은 본질과 존재가 분리되어 있지만 오직 신에게만 본질과 존재가 동일하다고 보았다.
4. 스콜라 철학 속의 존재론적 구조
4.1 아우구스티누스의 신 중심 존재론
초기 스콜라 철학은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영향 아래 있었다. 그의 존재론은 철저히 신 중심적(theocentric) 구조를 가진다.그는 “참된 존재는 오직 신 안에만 있다”고 주장하며, 피조물의 존재는 신의 ‘존재 참여’(participatio entis)에 의존한다고 보았다.
즉, 세상의 모든 존재는 자율적 실체가 아니라 신의 존재에 의탁하여 존재한다는 것이다.
4.2 안셀무스의 존재론적 신 존재 증명
안셀무스(Anselmus, 1033–1109)는 “신은 그보다 더 위대한 것이 생각될 수 없는 존재”라고 정의했다.
이것은 단순한 신학적 명제가 아니라, 존재론적 증명의 시도였다. 그의 논리는 개념 안의 ‘최고 존재자’는 실제로도 존재해야 한다는 사유를 바탕으로, 신 존재의 필연성을 철학적으로 증명하려는 것이었다.
비록 데카르트 이후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안셀무스의 시도는 존재론과 스콜라 철학이 결합된 대표적인 예로 평가된다.
4.3 토마스 아퀴나스의 존재론적 체계
스콜라 철학의 정점은 단연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1274) 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바탕으로 신학을 체계화하며, 존재론을 철저히 논리적·형이상학적으로 다루었다.
(1) 본질과 존재의 구별
아퀴나스는 “모든 피조물은 본질과 존재가 구분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본질은 ‘이성적 동물’이지만,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신의 존재 부여(creation act)에 의존한다.
따라서 피조물은 존재의 의존성(contingency) 을 가진다.
(2) 신의 존재론적 독립성
반대로, 신은 ‘존재 그 자체(ipsum esse subsistens)’ 로서 본질과 존재가 일치하는 유일한 존재이다.
이 개념은 스콜라 철학의 핵심이며, 아퀴나스의 존재론적 신학을 규정하는 근본 원리이다.
(3) 존재의 계열성과 유비(analogia entis)
아퀴나스는 ‘존재의 유비’ 개념을 통해 신과 피조물의 관계를 설명했다.
존재는 동일하지 않지만, 전혀 단절된 것도 아니며, 유비적 관계(analogical relation) 를 통해 서로 연결된다.
이 사유는 훗날 하이데거가 “존재 망각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룰 때 다시 언급한 중요한 개념이다.
5. 스콜라 철학의 존재론적 의미
5.1 신학을 넘어선 존재 탐구
스콜라 철학자들은 신학적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철학적 존재론을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그들의 질문은 단순히 “신이 존재하는가?”에 그치지 않고, “존재란 무엇이며, 존재가 어떻게 가능한가?”로 확장되었다.
따라서 스콜라 철학은 ‘신 중심 존재론(theocentric ontology)’ 의 형태로,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철학적 사유의 중심에 섰다.
5.2 중세 형이상학의 정점
스콜라 존재론은 이후 근대 철학의 형이상학적 사유의 토대를 제공했다.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등은 모두 아퀴나스의 존재론적 구조를 비판하거나 계승하는 형태로 자신의 철학을 전개했다.
즉, 스콜라 철학은 단순히 신학의 도구가 아니라, 서양 형이상학의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6. 존재론과 스콜라 철학의 현대적 의의
6.1 하이데거의 재해석
20세기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스콜라 철학의 존재론을 비판적으로 계승했다.
그는 “존재는 존재자와 다르다(Sein ist nicht Seiendes)”고 하며, 아퀴나스 이후 철학이 ‘존재 자체’를 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이데거의 이러한 비판 속에서도 아퀴나스의 존재-본질 구별은 여전히 핵심적인 철학적 자극으로 작용했다.
6.2 신학과 철학의 경계 재구성
현대 철학에서 스콜라 존재론은 단지 신학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본 조건을 탐구하는 틀로 재평가되고 있다.
특히 존재를 “관계성”으로 이해하는 관점은 아퀴나스의 유비론과 유사하며, 현대 실존철학과 대화 가능한 지점을 제공한다.
7. 결론: 존재를 향한 신학적 철학의 길
스콜라 철학과 존재론의 관계는 단순한 종교철학의 한 장면이 아니라, 인간이 존재의 근원을 묻는 지적 전통의 결정체이다.아우구스티누스의 신 중심 존재론, 안셀무스의 존재론적 증명, 아퀴나스의 본질-존재 구별은 모두 “존재의 근본적 의존성”을 드러낸다.
결국 스콜라 철학은 “신을 통해 존재를 이해하려는 철학”이며, 그 존재론적 사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하이데거가 말했듯, “존재를 물을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스콜라 철학은 바로 그 질문의 출발점, 존재를 향한 신학적 철학의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