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존재론 시리즈 11편 : 아우구스티누스 존재론과 신 중심 철학

오늘은 철학의 존재론 시리즈 11번째 시간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존재론은 ” 신은 존재 그 자체” 라는 신 중심 철학위에 세워졌습니다. 그는 모든 존재를 신의 존재에 ‘ 참여’ 하는 것으로 보고, 인간의 진리 인식조차 신의 빛에 의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글은 그의 존재론적 구조와 신 중심 철학의 의미를 깊이 있게 해설합니다.

1. 서론: 신을 향한 철학적 탐구의 출발점

서양 철학사에서성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354–430)는“철학이 신학으로 향한 전환점”을 만든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플라톤과 신플라톤주의의 사상을 바탕으로, 존재의 근원을 신에게 두는독자적인 신 중심 존재론(theocentric ontology) 을 세웠다.

이 글에서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존재론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그의 신 중심 철학이 인간과 세계, 그리고 진리를 어떻게 설명하는지를단계적으로 살펴본다.

2. 철학적 배경: 플라톤주의에서 기독교로

아우구스티누스는 젊은 시절 마니교와 회의주의에 빠져 있었으나,이후 플라톤과 신플라톤주의 철학을 접하면서 이데아적 세계관을 받아들였다.그는 이데아를 “변하지 않는 참된 실재”로 이해했고,

이 이데아를 기독교 신앙 속에서 신의 사유 안에 있는 영원한 진리로 재해석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신뿐이다.”

— 『고백록 Confessiones』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의 세계는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신의 정신 안에 존재하는 진리의 세계로 바뀌었다.

이 전환은 곧 존재의 중심이 신에게 있다는 존재론적 선언이었다.

3. 존재의 근원: 신은 존재 그 자체(Deus est esse ipsum)

아우구스티누스 존재론의 핵심 명제는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Deus est esse ipsum.” — 신은 존재 그 자체다.

그에게 신은 단순히 ‘가장 높은 존재’가 아니라,모든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존재의 근원이다.모든 피조물은 신에게서 존재를 ‘받아온 것’이며,그 자체로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이때 신은 존재의 원천(Origin of Being) 이며,세상 만물은 신의 존재에 참여(participatio) 함으로써 실재한다.이 개념은 이후 토마스 아퀴나스에게 계승되어“존재의 참여(Participatio entis)”라는 중요한 존재론적 사유로 발전한다.

4. 존재의 위계: 신에서 피조물로 이어지는 존재의 사다리

아우구스티누스의 세계관은 존재의 위계적 구조(hierarchy of being) 로 표현된다.

단계존재의 종류존재의 특성
1단계신(God)완전한 존재, 스스로 존재하는 자
2단계영적 존재(천사, 영혼)신의 존재에 가장 가까운 피조물
3단계인간(Human)이성과 자유의지를 통해 신을 인식 가능
4단계동물 및 자연생명은 있으나 이성이 없음
5단계물질(Matter)존재의 최하위, 변하고 소멸하는 세계

이 구조는 단순한 위계가 아니라,존재가 신의 빛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가를 나타내는 존재의 밝기다.즉, 존재는 ‘양적 크기’가 아니라 ‘신으로부터의 거리’로 규정된다.

5. 존재와 선(善)의 동일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존재 = 선(善)”이라는 등식을 제시했다.

모든 존재는 신에게서 나오며, 신은 선의 근원이다.따라서 존재하는 것은 곧 선한 것이며,악은 독립된 실체가 아니라 선의 결핍(privatio boni) 으로 이해된다.이 관점에서 악은 실체가 아닌 존재의 부재다.

즉, 악은 어떤 실재가 아니라, 존재가 줄어들고 빛이 사라진 자리다.이 사상은 이후 기독교 신학에서 “악의 존재론적 해석”의 기초가 된다.

6. 신 중심 철학(Theocentric Philosophy)

(1) 철학의 중심이 ‘인간’이 아닌 ‘신’

고대 그리스 철학이 인간의 이성(logos)을 중심으로세계를 이해하려 했다면, 아우구스티누스는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그는 “인간은 신 안에서만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철학의 출발점이 인간이 아니라 신이다.

(2) 인식의 근원: 신의 조명(illumination)

인간은 스스로 진리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아니다.진리는 이미 신의 정신 속에 존재하며,인간의 이성은 그것을 비추어 보는’ 역할을 할 뿐이다.

“너는 내 안에서 진리를 찾지 말고, 내 위의 신 안에서 찾으라.”

— 『참된 종교 De vera religione』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를 “신적 조명설(Doctrine of Divine Illumination)”이라 불렀다.

이 개념은 훗날 데카르트의 명증성의 원리’,

하이데거의 존재의 개시 개념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7. 시간과 영원성: 존재의 차원 구분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간과 영원의 차이를 철학적으로 분석했다.

  • 신의 존재: 시간 밖에서 “영원한 현재(eternal now)”로 존재
  • 인간의 존재: 시간 속에서 변하는 존재
  • 시간의 본질: 과거는 기억으로, 미래는 기대로, 현재는 직관으로만 존재

이 사유는 단순한 시간 철학이 아니라,변화하는 피조물과 불변의 신을 구분하는 존재론적 사유였다.

8. 인간 존재의 의미: 신을 향한 회귀

인간의 존재 목적은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신에게로의 회귀(conversio ad Deum) 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인간은 불완전하고, 욕망과 죄로 기울어 있으나그 안에는 여전히 신의 형상이 남아 있다.

따라서 인간의 존재는 신의 빛을 다시 향하는 여정으로 이해된다.

“당신을 향해 우리 마음은 불안합니다.

당신 안에서 안식할 때까지.”

— 『고백록』 1권 1장

이 문장은 인간 존재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존재론적으로, 인간은 신으로부터 나와 다시 신으로 돌아가는 존재다.

9. 아우구스티누스 존재론의 철학사적 의의

  1. 플라톤주의를 기독교적으로 전환하여, 존재를 신학적 차원으로 승화시켰다.
  2. 존재의 참여’ 개념을 도입하여, 신과 피조물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했다.
  3. 신 중심 철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워, 이후 스콜라 철학(특히 토마스 아퀴나스)의 기반이 되었다.
  4. 인식론·윤리학·시간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존재론적 통합을 제시했다.

10. 결론: 존재의 근원으로서의 신

아우구스티누스의 존재론은 단순히 “신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아니다.그는 “신은 존재의 근원이며, 모든 존재는 그분의 존재에 참여함으로써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 관점은 인간의 존재를 겸손하게 만들고,모든 피조물을 신적 질서 속에서 바라보게 한다.철학의 최종 목적은 진리를 아는 것이 아니라,신을 사랑함으로써 존재의 근원에 닿는 것이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