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철학자들의 존재론 분석 시리즈 22번째 시간입니다. 스피노자의 존재론과 일원론 철학을 깊이 있게 해석한 글입니다. 모든 존재가 하나의 실체에서 비롯된다는 실체 일원론, 신과 자연의 동일성, 정신과 몸의 통합 구조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스피노자 철학이 현대 사유에 미친 영향까지 폭넓게 다루겠습니다. 그리고 신이 자연과 동일하다는 관점, 자유를 ‘필연성의 이해’로 정의하는 사고까지 스피노자의 전체 철학 체계를 상세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들어가며: 왜 스피노자 존재론인가?
스피노자(Baruch Spinoza, 1632–1677)는 서양 철학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데카르트 이후 합리론의 계보에 속하지만, 스피노자는 데카르트가 분리해놓은 정신과 몸, 신과 자연, 초월과 내재라는 모든 이분법적 구조를 철저히 해체한 철학자다. 그의 핵심 사상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존재는 단 하나의 실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것이 곧 신이며 자연이다.”
이러한 사고틀은 스피노자 철학의 기반이 되는 존재론적 일원론(ontological monism)을 형성한다. 이 글에서는 스피노자의 존재론적 구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철학이 어떻게 일원론으로 귀결되는지, 그리고 현대 철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1. 스피노자의 철학적 문제의식: 이분법을 넘어 하나의 세계로
1-1. 데카르트 이후 철학이 직면한 문제
스피노자가 활동했던 시대의 철학은 데카르트가 제시한 이원론(정신/물질) 문제에 휘둘리고 있었다.
- 마음과 몸은 어떻게 소통하는가?
- 초월적 신은 자연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 인간의 자유는 자연 법칙 속에서 어떻게 가능한가?
이 문제들은 데카르트 이후 끝없이 반복된 철학적 난제였다.
1-2. 스피노자의 대답: 둘이 아니라 하나다
스피노자는 기존의 전제를 완전히 뒤집는다.
“마음과 몸은 실체가 아니라 속성이다. 실체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에게 있어 현실은 나누어져 있지 않다.
존재의 가장 깊은 자리에는 하나의 실체(Substantia)만이 놓여 있으며, 나머지 모든 존재는 그 실체의 양태(Mode)에 불과하다.
2. 스피노자 존재론의 중심: 실체(Substance)
2-1. 실체의 정의
스피노자는 실체를 이렇게 정의한다.
“실체란 그 자체로 존재하며, 자기 자신에 의해 파악되는 것.”
(《에티카》 1부 공리 및 정의)
즉, 실체는 다른 어떤 것에도 의존하지 않고 존재한다.
자립적이며, 절대적이며, 원인 없는 원인이다.
2-2. 실체는 왜 하나뿐인가?
스피노자 존재론의 핵심 결론은 단호하다.
“실체는 오직 하나이다.”
왜 하나인가?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두 개의 실체가 존재하려면 서로를 구분할 수 있는 속성이 있어야 한다.
- 하지만 스피노자는 실체의 본질적 속성을 무한으로 규정한다.
- 무한한 것을 두 개로 나눌 구분 기준이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실체는 반드시 단일한 존재가 된다.
2-3. 그 하나의 실체가 곧 신(Deus)이며 자연(Natura)이다
스피노자는 유명한 문장을 남긴다.
“Deus sive Natura (신 혹은 자연)”
여기서 스피노자는 초월적이고 인격적인 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 전체, 존재 전체를 관통하는 무한한 존재론적 실체로서의 신이다.
즉, 신은 세계 바깥에서 세계를 창조하는 초월자가 아니라, 세계 그 자체이다.
3. 존재론적 일원론: 왜 스피노자는 일원론의 대표인가
3-1. 일원론(Monism)의 기본 개념
일원론은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 원리가 하나라고 보는 철학이다.
반대로 둘이라고 보는 관점은 이원론, 여러 개라고 보는 관점은 다원론이다.
3-2. 스피노자의 일원론을 ‘실체 일원론’이라고 부르는 이유
스피노자 일원론은 단순히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감성적 주장과 다르다.
그는 논리적인 체계로 구성된 정확한 존재론을 제시한다.
- 실체는 하나
- 속성은 무한
- 양태는 실체의 표현
- 모든 개별 사물은 실체의 작용 (affection)
이 구조 전체가 바로 실체 일원론(substance monism)**이다.
3-3. 정신과 몸의 통합: ‘이중 속성 이론’
스피노자의 일원론은 인간의 정신과 몸을 하나의 실체가 서로 다른 속성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 마음 = 사유 속성의 표현
- 몸 = 연장 속성의 표현
따라서 정신과 육체는 ‘두 개의 실체’가 아니라‘하나의 실체의 두 가지 방식’일 뿐이다.
이 점에서 스피노자의 실체 일원론은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완전히 해체한다.
4. 스피노자 존재론에서 인간 존재의 의미
4-1. 인간은 실체가 아니다
스피노자에게 인간은 자립적으로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라 양태(mode), 즉 실체가 특정한 방식으로 표현된 존재이다.
4-2. 자유의 문제: 인간의 자유는 가능한가?
스피노자는 “자유의지”를 부정한다.
모든 것은 인과 법칙 속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다른 의미의 자유를 제시한다.
필연성을 이해할 때 인간은 자유롭다.
자신의 정념과 욕망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되었는지 알 때,우리는 외적 원인에 휘둘리는 존재에서 스스로를 이해하는 존재로 변화한다.
5. 스피노자의 존재론이 현대 철학에 주는 영향
5-1. 들뢰즈와 스피노자
들뢰즈는 스피노자를 “철학자들의 왕”이라고 불렀다.
그 이유는 스피노자의 존재론이 차이, 생성, 내재성이라는 현대 철학의 핵심 개념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5-2. 자연주의, 생태철학, 물질주의에 미친 영향
스피노자의 일원론은 현대 자연주의 철학과도 깊게 연결된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사고는 생태철학, 환경윤리, 심리철학 전반에 강한 영향을 미쳤다.
5-3. 신경철학·정신철학에서의 활용
마음과 몸을 하나의 실체의 속성으로 보는 관점은
오늘날 마음-뇌 정체성 이론이나 비감소적 물리주의 등과 연결될 수 있다.
맺으며: 스피노자의 일원론이 주는 철학적 충격
스피노자의 존재론은 단순히 “모든 것은 하나다”라는 주장에 머물지 않는다.그것은 존재를 구성하는 구조를 철저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하며,정신과 자연,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한다.
오늘날까지도 스피노자의 존재론적 일원론은 철학자, 과학자, 신경학자, 자연주의자를 매료시키는 개념이다.
그의 철학은 인간이 자연을 초월하는 존재라는 환상을 깨고,우리가 세계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