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철학의 존재론 시리즈 12번째 시간입니다. 중세 철학의 두 거장, 아우구스티누스와 보나벤투라의 존재론을 비교 분석해보겠습니다. 신 중심 존재론의 공통점과 차이를 통해 , ‘빛에서 발산으로, 발산에서 귀환으로’ 이어지는 중세 존재 사유의 흐름과 철학점 의의를 탐구해보겠습니다.
신 중심 존재론의 두 흐름
중세 철학의 중심에는 언제나 ‘신으로부터 출발한 존재 이해’가 놓여 있었다.특히 아우구스티누스와 보나벤투라는 이 신 중심 사유를 각각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대표적 사상가다.두 사람 모두 존재의 근원을 하나님(Deus) 안에서 찾았지만,존재의 구조와 인식의 경로에 대한 이해에서는 중요한 차이를 보였다.
이 글에서는 보나벤투라 존재론을 중심으로,그의 사유가 아우구스티누스의 존재론적 전통과 어떻게 닮고 또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한다.
아우구스티누스 존재론의 기본 구조
1. 신 안에 존재의 근원이 있다
아우구스티누스(354–430)는 존재를 신 안에서만 온전히 실재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에게 “존재한다”는 것은 신의 영원한 이념 안에 참여하는 것을 뜻했다.
즉, 피조물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신의 영원한 진리(Veritas Aeterna) 안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신의 빛 안에서만 참된 존재를 본다.”
— 『고백록』, X권
2. 존재의 위계적 구조
아우구스티누스는 존재를 위계(hierarchy) 로 파악했다.
- 최상위: 신 — 완전한 존재(esse perfectum)
- 중간: 인간 영혼 — 신의 형상을 닮은 존재
- 하위: 물질세계 — 덧없는 존재
이 위계는 플라톤적 형상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존재는 ‘빛의 강도’처럼 신에게서 멀어질수록 어두워진다는 관점을 보여준다.
보나벤투라 존재론의 핵심 구조
1. 존재는 신으로부터 발산된다
보나벤투라(1221–1274)는 프란체스코회 출신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였다.
그는 존재를 “창조적 발산(diffusio)”의 결과로 이해했다.즉, 신은 단순히 세상을 만든 장인(Artifex)이 아니라,
자기 존재의 선함을 넘쳐 흐르게 하는 근원적 존재로 본다.
“선은 그 본성상 자신을 나누어주는 것이다.”
— 『진리 탐구의 여정(Itinerarium mentis in Deum)』
따라서 피조물의 존재는 신적 선함의 반사이며,모든 존재는 다시 신으로 귀환(reductio) 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2. 존재의 삼중 구조: vestigium–imago–similitudo
보나벤투라는 모든 피조물 안에 신의 흔적이 세 단계로 새겨져 있다고 봤다.
- 흔적(vestigium) – 자연 안에 새겨진 신의 발자국
- 형상(imago) – 인간 영혼 속의 신적 이성
- 유사(similitudo) – 신과의 일치에 도달한 영혼의 상태
이 단계적 구조는 존재를 단순한 ‘있음’이 아니라,신과의 관계적 참여로 이해하게 만든다.
3. 존재는 인식과 결합된다
보나벤투라에게 존재를 아는 것은 단순한 논리적 인식이 아니라,존재의 근원(신) 안으로 향하는 여정이다.그는 존재론과 인식론, 신학을 통합했으며,이 점에서 아우구스티누스의 illumination theory(조명설) 을 계승하면서도,보다 형이상학적 체계로 발전시켰다.
두 사상가의 공통점: 신 중심 존재론의 계승
- 존재의 근원은 신이다.
- 두 사람 모두 피조물의 존재가 독립적이지 않으며,
신의 존재에 의존한다고 본다.
- 두 사람 모두 피조물의 존재가 독립적이지 않으며,
- 인식과 존재는 분리되지 않는다.
-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의 빛 안에서만 진리를 본다”고 했고,
보나벤투라는 “존재를 아는 것은 신으로 향하는 길”이라 했다.
- 아우구스티누스는 “신의 빛 안에서만 진리를 본다”고 했고,
- 플라톤적 사유의 영향
- 두 사상 모두 형상(idea)과 실재(reality)의 구분,
그리고 ‘빛’의 은유를 사용했다.
- 두 사상 모두 형상(idea)과 실재(reality)의 구분,
즉, 보나벤투라는 아우구스티누스적 사유의 계승자이지만,그의 존재론은 보다 정교한 형이상학적 구조를 갖추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차이점: 존재 이해의 방향성과 방법론
| 구분 | 아우구스티누스 | 보나벤투라 |
|---|---|---|
| 존재의 초점 | 신의 내적 진리 | 신의 창조적 발산 |
| 존재와 인식의 관계 | 인식 → 존재로 상승 | 존재 자체가 인식의 통로 |
| 형상 개념 | 신의 마음 속 영원한 이념 | 신 안의 전형(exemplar)으로부터 현실화 |
| 귀환의 의미 | 인간 영혼이 신의 빛으로 돌아감 | 모든 피조물 전체가 신에게로 회귀 |
| 철학의 역할 | 신학의 종속 도구 | 신에게 나아가는 영적 사유의 길 |
즉,
- 아우구스티누스는 ‘빛의 내면’을 통해 존재를 보았다면,
- 보나벤투라는 ‘선의 발산과 귀환’을 통해 존재를 해석했다.
신 중심 존재론의 철학적 의의
- 존재를 관계적 개념으로 확장했다.
- 존재는 단순한 “있음”이 아니라, 신과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 형이상학과 신학의 결합을 보여준다.
- 존재 탐구가 곧 신 탐구이며,
중세 철학의 ‘존재론적 신학’을 정립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 존재 탐구가 곧 신 탐구이며,
- 현대 존재론에의 함의
- 하이데거나 메를로퐁티 같은 현대 철학자들이 “존재와 관계”를 논의할 때,
그 뿌리는 이런 중세 신 중심 존재론에 있다. - 즉, 보나벤투라와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유는
“존재는 고립된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열린다”는
현대 존재론의 전조로 볼 수 있다.
- 하이데거나 메를로퐁티 같은 현대 철학자들이 “존재와 관계”를 논의할 때,
결론: 빛에서 발산으로, 발산에서 귀환으로
아우구스티누스와 보나벤투라는 모두 신 안에서 존재를 이해한 철학자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점에는 미묘한 방향성의 차이가 있다.
- 아우구스티누스는 존재의 근원을 ‘내면의 빛’에서 찾았다.
- 보나벤투라는 존재의 근원을 ‘넘쳐흐르는 선의 발산’에서 찾았다.
결국 그들의 존재론은
“빛의 철학”과 “선의 철학”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이 두 흐름은 중세 이후 존재론 사유의 근간이 되었다.
존재는 신에게서 나와, 신으로 돌아간다.
— Bonaventura, Itinerarium mentis in D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