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갈아서 타서 먹을 때 생길 수 있는 제형 문제는 현장에서 의사나 약사, 보호자 모두가 자주 직면하는 난제입니다. 저도 어르신 환자분에게 정제를 갈아서 복용하도록 권유했다가 체내 흡수율 저하와 위장 장애가 발생해 곤란을 겪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분말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물리·화학적 변화, 용해도 및 현탁성 문제, 약물 안정성 손실, 복약 순응도 저하 위험, 그리고 안전한 대체 제형 선택 방법까지 다각도로 살펴봅니다. 약물을 무분별하게 분쇄·혼합했을 때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고, 어떻게 예방·관리해야 하는지 실제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분말화 과정에서의 입자 크기 변화와 현탁성 문제
정제를 분쇄하여 분말 형태로 만들면 원래 제형이 가진 균일한 입자 크기 분포가 무너지고, 입자 크기가 지나치게 작아지거나 불균일해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용매에 잘 분산되지 않고 가라앉거나 덩어리지는 현상이 생기며,
분쇄 후 생성된 미세분말이 적절히 현탁되지 않으면, 복용 시 일정한 농도로 약물이 흡수되지 않고 일부만 흡수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특히 수용성 약물과 지용성 약물이 섞여 있을 때는 용매에 대한 친화성 차이로 인해 층분리가 생기고, 이는 예측 불가능한 약효 변동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분말 혼합 시에는 적절한 분산제나 교반 장비를 사용해 균일하게 현탁 상태를 유지하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약물 용해도 및 안정성 손실 위험
알약을 분쇄하면 약물 입자가 외부 환경에 직접 노출되어 습도, 열, 공기 중 산소와 접촉할 기회가 늘어납니다. 이때 물리화학적 안정성이 떨어져
일부 약물 성분이 산화·분해되어 본래의 유효 성분 함량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비타민 C 같은 산화에 취약한 물질은 분말화 후 빠르게 산화되어 반응성이 낮아지고, 항생제 계열 일부는 수분에 노출되면 가수분해로 활성기가 파손될 수 있습니다. 또한 pH와 온도 변화에 민감한 제형은 분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열분해가 일어날 우려가 있어, 분쇄 시에는 저온 분쇄 장치나 단시간 분쇄법을 적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맛과 복약 순응도 저하 문제
정제 자체에는 맛을 숨겨주는 코팅막이 입혀져 있지만, 분말화하면 그 코팅이 제거되어 본래 약물의 쓴맛이나 불쾌한 맛이 그대로 입안에 전달됩니다. 이로 인해
환자가 약물 복용을 꺼리거나 거부감을 느껴 복약 순응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 환자나 노인 환자, 혹은 식도·위장 민감성이 높은 환자는 맛이나 텍스처로 인해 복약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분쇄 분말에 시럽, 주스, 퓌레 등 적절한 맛 개선제를 첨가하거나, 분말 코팅 기술을 활용해 맛을 차단한 후 복용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위장관 자극 및 흡수율 변화
분말 형태로 약물을 복용하면 위장관에서의 용해 및 흡수 과정이 달라져 원래 제형보다 위장 자극이나 흡수 지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서방형·지속형 제형을 분쇄하면 의도된 약물 방출 조절이 깨져 혈중 농도가 급격히 변동하며 부작용 위험이 커집니다.
또 위장관 점막에 직접 접촉하는 면적이 넓어져 염증이나 궤양을 유발할 수 있고, 일부 약물은 위산 환경에서 비활성화되므로 분말화 시 전달 효율이 저하됩니다. 따라서 서방형 제형은 절대 분쇄하지 않고, 분쇄가 불가피한 약물은 즉시 방출 제형(IR) 사용을 권장해야 합니다.
대체 제형 선택을 위한 가이드
분말·현탁액·OD정·액상·캡슐 등 다양한 제형 중 적절한 대체 제형을 선택하면 분쇄에 따른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아래 표는 대표적인 분쇄 대체 제형의 장단점을 비교한 것으로, 환자 상태와 약물 특성에 맞춰 안전한 제형을 선택할 때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 대체 제형 | 장점 | 단점 |
|---|---|---|
| 현탁액 | 균일 현탁·맛 조정 가능 | 유통기한 짧음·보존제 필요 |
| OD정 | 즉시 붕해·흡수율 유지 | 습도 민감·고용량 한계 |
| 캡슐 (분말 충전) | 복약 순응도 우수 | 분량 조정 번거로움 |
결론
약을 갈아서 타서 먹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제형 문제는 입자 분포, 안정성, 맛·순응도, 흡수율, 위장 자극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분쇄 대신 안전한 대체 제형을 검토하고, 환자 상태와 약물 특성에 맞춘 제형 선택을 통해 복약 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합니다.